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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철인 6월이 돌아오면서 ‘납작 복숭아’를 찾는 글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납작 복숭아’는 유럽 여행 도중 반드시 맛봐야 할 과일로 꼽힌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프리미엄 과일이 인기를 끌면서, 과일도 ‘인증숏’을 올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과일을 지칭할 때도 그냥 복숭아·딸기·포도가 아니라 설향, 킹스베리, 죽향, 캔디 하트, 블랙 사파이어 등 품종명을 쓴다. 이러한 프리미엄 과일 관련 게시물은 인스타그램에서 10만 건이 훌쩍 넘는다.

과일도 ‘사진발’ 잘 받아야 인기

과일의 품종을 따져 먹는 소비 트렌드는 매년 더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겨울부터 봄까지는 프리미엄 딸기가 대세였 다. 일반 딸기보다 크기가 2~3배 이상 큰 킹스베리, 연분홍색 의 만년설 등은 소위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비주얼로 화제가 됐다. 대형마트 이마트에 따르면, 지 난 1~5월 딸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증가했 는데, 프리미엄 딸기 매출 성장률(33%)이 실적을 견인했다. 전체 딸기 매출에서 프리미엄 딸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8% 에서 30.6%로 늘었다.

신선식품 쇼핑몰 마켓 컬리도 지난해 딸기 품종 6개를 추가해 총 9가지를 판매했다. 설향, 죽향, 아리향, 금실, 장희, 육보, 만년설, 메리퀸, 비타베리 등이다. 지난해 설향 판매량이 4% 증가하는 동안 신품종 딸기 판매량은 1,341% 급증했다. 마 켓컬리 관계자는 “평범한 딸기가 아니라 못 보던 품종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샤인 머스캣이 쏜 이색 과일 열풍 신호탄

특별한 과일을 구매해 ‘인증숏’을 올리는 소비 현상은 ‘포도 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샤인 머스캣 열풍에서 시작됐다. 한 송 이에 1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살 정도의 인기였다. 이마트에서 2019년 가장 많이 팔린 과일 1위에 오 를 정도다. 반포동에 사는 워킹맘 한모(35)씨는 “3년 전 마켓 컬리 등에서 샤인 머스캣은 입고되기 무섭게 다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 며 “못 보던 과일을 보면 아이들에게 한 번쯤은 맛 보이고 싶어 비싸도 꼭 산다. 자주는 못 먹일 것 같아서 사진도 찍어도 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제2의 샤인 머스캣’을 발굴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품종을 선보이고 있다. 과육이 붉은 홍자 멜론, 외형이 백자를 닮은 백자 멜론, 중국 황제의 진상품으로 알려진 하미과 멜론, 사과처럼 깎아 먹을 수 있는 애플 수박, 과육이 노란 블랙 보스 수박, 사탕 못지않게 단 캔디 하트 포도 등 고 당도 품종들이다. 채소 역시 스테비아 토마토, 샤인 오이 등 단맛을 강화한 품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미엄 과일로 즐기는 ‘작은 사치’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과일이 인기인 이유에 대해 명품 플렉 스(flex·과시) 현상과 결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남들은 쉽 게 먹어보지 못한 과일 사진을 SNS에 올려 재력을 과시하고, 은근슬쩍 해외여행 경험도 알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얘 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 이른바 ‘작은 사치’를 즐기는 소비자 가 늘어나면서 비싼 과일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프리미엄 과일은 섬세한 미각을 드러내는 수단이 돼 기도 한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마인’에서 톱 여배우 출 신 재벌가 며느리인 배우 이보영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홍옥이다. 일반 사과가 아닌 홍옥만 고집하는 그의 식성은 극 중 캐릭터의 고고함을 더해준다. 

 

역사적으로 한국인에게 귀한 과일은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떤 과일을 먹는지는 집안의 재력을 보여주는 지표였기 때 문이다. 예컨대, 고(故) 백남준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는 백남 준 집안의 부유함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에 딱 2대밖에 없는 캐딜락을 보유했고, 6.25 전쟁 아비규환 속에서도 파인애플을 먹을 정도였다고 회고담에 썼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바나나 한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어린 시절을 추억 하 기도 한다.

일본처럼 1,000만 원짜리 멜론 등장할까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이색 과일 수요가 늘 떠났다는 의견도 있다. 주부 김 모(32)씨는 “태국에 가면 망고 스틴, 파파야, 두리안 등 한국에 없는 과일을 원 없이 먹었는 데, 2년째 해외여행을 못 하니깐 이국적인 과일을 자꾸 찾게 된다”며 “집콕 스트레스를 먹는 재미로 풀다 보니 고가 과일에도 쉽게 지갑이 열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과일의 다품종화 추세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백 화점 식품 담당 직원은 “명품 과일을 찾는 소비자는 매년 더 고급스럽고, 새로운 품종을 찾기 때문에 이색 과일을 발굴하는 업무가 중요해졌다”며, “특히 과일의 선물용 수요도 매년 늘고 있어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한 알에 50만 원 하는 딸기, 1,000만 원짜리 멜론이 등장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유럽에 비해 한국·일본 등에서는 과일이 다른 식품에 비해 유독 비싼 편” 이라며, “제철 과일을 챙겨 먹으려는 경향도 있지만, 귀한 과 일을 손님에게 대접하고 선물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샤인 머스캣 수출 효자 상품 등극

과일 신품종은 농가의 수출 활로를 열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SNS를 통해 한국 샤인 머스캣의 인기가 중국·동남 아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 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농수산물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포도 수출액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3,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놀랍게도 포도 수출의 89% 는 샤인 머스캣이 차지했다. 최대 수출국은 베트남으로, 지난해 815만 달러어치를 베트남에 수출했다. 두 번째로 큰 시장 은 중국(767만 달러)이었다.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한국산 샤인 머스캣 은 고가의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어 베트남, 홍콩, 싱가포 르 등에서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 딸기는 해외에서 높은 당도와 부드러운 과육으로 명성을 얻은 지 오래다. 한국을 찾는 여행객의 관광 코스로 딸기 농장에 들러 마음껏 딸기를 시식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 다. 딸기 수출도 꾸준히 성장세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딸기 수출액은 4,87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가까이 증가했다. 딸기 수출 호황 역시 신품종 덕분이다. 농촌진흥 청에 따르면, 수출 딸기의 매향 품종 비중은 2018년 95%에 육박했지만, 2020년에는 매향 54%, 금실 26%, 설향 16%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30대 젊은 농부도 뛰어든 신품종 개발

식자재 스페셜티(Specialty·고부가가치 작물) 시대가 열리면 서 농업에 뛰어드는 젊은 사업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김재훈(37) 식탁이 있는 삶 대표다. 그는 최근 2~3년 동안 매년 5~6월 ‘품절 대란’을 일으킨 초당 옥수수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농업인이다. 김 대표는 2011년 일본 식품 박람회에서 찌지 않고 까서 과일처럼 먹는 초당 옥수수를 처음 본 뒤 국내에 종자를 들여와 두 차례에 걸친 시범 재배 끝에 2014년 초당 옥수수를 국내 대형마트에 처음 선보였다.

 

김 대표의 꿈은 규모화 된 기업형 농업인 ‘애그리 비즈니스’ 다. 초당 옥수수와 같은 특화 작물을 통해 농촌이 바뀔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농민은 돈을 벌고, 소비자는 새롭고 양질의 상품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 해 한국에 부농(富農)을 늘리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스위 스나 뉴질랜드처럼 젊은 인재들이 농부가 되고 싶어 하고, 농부들이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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