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보건기구(WHO)는 감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감염병 경보단계를 1∼6단계까지 나눈다. 팬데믹은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에 해 당한다. 팬데믹은 특정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으로, 감 염병이 특정 권역 창궐을 넘어 2개 대륙 이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6단계에 앞서 1단계는 동물에 한정된 감염, 2단계는 동물 간 전염 을 넘어 소수의 사람에게 감염된 상태, 3단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이 증가된 상태, 4단계는 사람들 간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면 서 세계적 유행병이 발생할 초기 상태, 5단계는 감염이 널리 확산돼 최소 2개국에서 병이 유행하는 상태다. 그리고 마지막 6단계인 팬데믹은 5단계를 넘어 다른 대륙의 국가에까지 추가 감염이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팬데믹의 어원은 pan이라는 그리스어의 ‘모두’와 demic 즉 ‘사람’ 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모든 사람’이란 뜻을 가진다. 말 그대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11일 WHO는 이번 코로나 19에 대해 마지막 경보 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했다. 1948년 WHO가 설립된 이후 세 번째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이 높았던 팬데믹은 무엇일까?
가장 치명적이었던 팬데 믹은 14세기 유럽에서의 흑사병(黑死病, Plague) 이다. 우리는 이미 이를 영화, 책 등을 통해 자 주 접했다. 1347년부터 1351년까지 7,500만 명 에서 많게는 2억 명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유럽 인구의 30~6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 한 숫자다. 유럽은 흑사병에 맞서 모든 선박과 무역상에 대해 한 달간 격리 조치했고, 치사율이 극도로 높고 하루 사망자가 5,000~ 1만 명에 달하자 격리기간을 추가로 늘리는 엄단의 조치를 취한다. 이후 19세기 말 파스퇴르가 치료법을 개발하면서 흑사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으나, 현재도 아프리카·아시아 일부 지역에 서는 발생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20세기 초에는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당 시 스페인 독감으로 죽은 사람이 1차 세계대전 희생자보다 많은 약 5,000만 명이라고 하니 그 위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당시 우리나 라에서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감염되었고 그중 14만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 사례들은 WHO가 설립되기 이전이기에 실질적으로 팬 데믹이 선언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WHO가 설립된 이후 선언된 첫 번째 팬데믹은 1968년 ‘홍콩독감’이다. 두 번째가 우리에게 익 숙한 ‘신종플루’다.
먼저, 홍콩에서 발생한 홍콩독감은 주변의 아시아를 넘어 호주나 아프리카, 유럽, 남미 등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 100만 명 이 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국에도 퍼지면서 1970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는 전국에 홍콩독감 경보를 발령했다.
두 번째는 비교적 최근인 2009년의 신종플루로, 214개국에서 약 1만 8,500여 명이 사망했다. 신종플루는 2009년 봄 멕시코에서 시 작됐다가 이후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초기에는 돼지 독 감으로 불렸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통해 발 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 신종플루의 위험에서 피해 갈 수 없었다. 약 75만 명이 감염되어 이 중 250여 명이 사망했다. 다 행히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가 신종플루 치료제로 사용되면서, 현재는 신종플루가 아닌 A형 독감으로 불리고 있다.
그다음으로 선언된 세 번째 팬데믹이 바로 이번 ‘코로나 19’다. 선 진화된 의료시스템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국내에서는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아메리카 및 유럽 대륙을 중 심으로 전 세계 사망자수는 약 20만 명을 넘어 여전히 우상향 중이다. 이번 코로나 19 팬데믹이 과거 스페인 독감과 가장 비슷하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시 스페인 독감 팬데믹으로 1년 간 약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스페인독감이 창궐한 1918년에 비해 지금의 세 계는 ‘지구촌’이라 불릴 만큼 모든 것이 개방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전 세계 경제에 미칠 타격은 과거 어느 팬 데믹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미 그 타격은 우리 모두가 매스컴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해결 기미가 없는 바이러스의 창궐 속에 공급과 소비, 투자가 모두 무너진 트리플딥을 경험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은 위기에 봉착해 있 고 금융도 경색되고 있다.